10년전 예고된 미중 갈등…韓, 원칙없는 외교 여전

리비어 전 국무부 부차관보

"민주주의 가치에 목소리 내야"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차관보. /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 가능성이 지난 2012년에 제기된 가운데 아직도 한국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미국 워싱턴 외교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학계는 10년 전부터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대항하는 신흥 강국 중국의 출현이 ‘더 큰’ 패권 전쟁으로 번질 것을 여러 차례 경고한 가운데 여전히 한국은 ‘원칙 없는’ 외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차관보는 2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한국 영토를 침범한 마지막 국가이면서도 한국의 역사를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고 북한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이라며 “현 정부의 애매한 외교정책은 한국이 지향한다고 주장하는 가치는 물론 한국의 안보 이익과 한미 동맹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2012년부터 자신의 저서 ‘예정된 전쟁’을 통해 미중 갈등이 고조돼 미중 전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이 같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아직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명분으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만약 한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고, 주변국을 위협하는 힘센 국가를 저지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면 과연 미국과 세계 질서와 함께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serious question)이 제기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는 아울러 “독재 정권과 인권유린의 경험을 딛고 일어선 한국이 북한과 중국의 인권 문제에 주목하고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며 “한국이 정말 인권·법치·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라면 그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이런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탄생한 다자주의 협력에 기여해야 할 때”라고 꼬집었다.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을 원칙 삼아 동아시아 지역과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시기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한국이 한미 동맹과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양손에 쥐는 애매한 위치에서 버틸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는 수차례 나왔다.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도 2011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지정학적 환경에 살고 있다”며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우려한 바 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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