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8전당대회 당대표에 출마한 강병원 의원은 여러차례 “지도자”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는 “계파가 격하게 대립하는 원인이 공천권이라면 그걸 바꿔야 지도자”라고 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강 의원은 “위기의 순간, 결단의 순간 지도자의 역할은 발휘돼야 한다”며 “낡음과 낡음의 대결이 아닌 새로운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당 대표 공천권을 내려놓고 공천시스템을 정교하게 고도화시켜 당의 분열의 씨앗을 제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스스로를 ‘다윗’이라고 칭했다. 실제 강 의원은 정치 신인 시절 당시 3선에 도전하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선에 맞붙어 신승했고, 본선에서는 이명박 정부 실력자였던 5선 이재오 전 의원을 상대로 승리해 국회에 입성했다. 학창시절 서울대 총학생회장도 운동권 진영논리를 벗어던지고 진영통합의 길을 내세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승리를 한 바 있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의 비결은 ‘생활정치’라고 단언했다. 강 의원은 “이념이 아닌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삶과 이해를 책임지는 총학생회장이었다”며 “정치를 할 때도 미세먼지특별법, 폭스바겐재발방지법, 대체공휴일확대법, 식품소비기한표시법 등 국민의 삶과 밀접한 의정 활동을 중심으로 생활정치를 실천했다”고 말했다.
새 당대표는 시대변화를 읽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민주당이 정권을 내준 핵심요인을 ‘내로남불’로 꼽은 강 의원은 “내로남불의 기저에는 ‘나만 옳다’는 정서가 깔려있다”며 “그러다 보니 독선과 독주, ‘나는 절대선’이라는 착각으로 민주적 규범을 깨면서도 일을 추진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가 공정에 민감해진 시대변화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민주대 반민주’ 구도의 틀을 고집하면서 대중과 괴리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강행처리했던 임대차3법도 시대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낡음’이 문제였다는 인식이 컸다. 그는 “민주당은 집 없는 서민을 위한다는 ‘옳음’을 내세워 임차인만 고려한 채 임대인을 죄악시 했다”며 “사유재산 침해라는 임대인의 목소리를 귀 담아 듣고 포용하며 임대·임차인의 상생을 도모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편을 가르는 정치’는 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치 팬덤’ 문제와 관련해서도 “지도자는 팬덤의 긍정의 에너지를 끌어모아야 한다”며 “극성 팬덤을 이용해 세상을 갈라 놓고 싸우게 하는 것은 정치지도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강병원 당대표 후보 인터뷰 전문
-당 대표 당선 후 공천권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전대가 계파싸움이 되거나 (선거)패배에 책임 있는 사람으로는 국민들에게 통합과 혁신을 전달할 수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처럼 혁신과 통합의 새 메시지를 새 인물들이 중심이 돼 ‘낡음’을 대체해야 큰 반향 일으킬 수 있다.
△신뢰가 바닥에 떨어지고 책임지지 않는 정당이라며 웃음거리가 된 상황에서 민주당에서 새 인물이 등장해서 혁신과 통합의 메시지를 던질 때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그런 의미서 전대가 다시 낡음과 낡음의 충돌이 아니라 새로움을 전달하는 전대가 돼야 하는데 그 해결책이 공천권 문제라고 생각했다.
△매번 계파싸움으로 격하게 대립하는데 이런 게 눈에 보인다 하면 고쳐야 되는 게, 바꿀 수 있는 게 지도자 역할이고, 제가 당대표 되면 이 권한을 내려놓고 좀 더 정교하게 시스템을 고도화 시킬 것이다.
△저는 위기의 순간, 결단의 순간 지도자의 역할은 발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파싸움으로 전대가 치뤄지는 걸 막을 힘은 당대표 후보자에게 있다. 결국 모두가 주목하며 눈여겨보는 공천권에 대해 내가 아니라 더 숙의하고 더 토론해서 더 좋은 결론을 낼 수 있는 다수 사람에게 맡긴다면 저 혼자 결정하는 공천 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충원되고 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이끌면 실수와 잘못된 결정을 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당대표 권한을 중앙위에 넘겨 당의 분열 씨앗 소지도 막고 당대표 공천권을 두고 싸우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더 좋은 공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당원에게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원에게 모든 사안을 다 맡기면 당의 대표자들은 필요가 없다. 대표하는 사람은 토론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토론하고 숙의할 때 좋은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당의 중앙위라하는 의사결정 체계는 우리당 최고의 의사결정기구이기도 하지만 국회의원, 지역위원장, 기초단체장, 광역시도지사 여러 고문들이 모인 곳으로 당에 대해 애당심 뿐만 아니라 사안을 깊이 있게 알고 있는 분들이고 토론하고 숙의하는 게 숙달된 분들이다.
△지금처럼 강성 팬덤 상황에서 1만명 참여해서 90% 찬성하면 결정되는 것일까. 이런 것은 민주주의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대의제에서 대표자들이 토론하고 숙의해 좋은 결론 내리는 게 민주주의다.
-86(80년대 학번·60년대생)그룹과 97(90년대 학번·70년대생)그룹의 차이가 있나.
△97그룹으로 출마한(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4명의 후보를 동일하게 묶어서 평가하긴 어렵다. 강병원은 어떻게 다르다는 말로 대신하자면 94년 서울대 총학생회장 당선됐을 당시 586세대와는 다른 학생운동흐름을 만들었다.
△80년대 후반 동구사회주의 몰락과 함께 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당시 학생운동의 주류는 시대변화와 다른 지향점을 삼고 있었다. 문민정부 출범이후에도 군사독재 반대투쟁을 시대의 사명으로 삼았다.
△시대는 변화하는데 대중운동으로서의 학생회를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해 다른 길을 그때부터 걸었다. 학생운동이 학생들의 이해 요구 기반해서 더 질좋은 수업을 받는 식의 대중운동으로서 학생회를 이끌었다. 그걸 생활진보라 규정했다. 대중정치라고도 했다.
△그 당시에도 혁신의 일환으로 (학생운동 진영간)이념대립을 통합시켜 새로운 학생운동 흐름을 만든 경험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586과는 다른 강병원의 새로움이 있다.
-시대 요구에 부응할 수 있나
△당시 시대변화나 학생 요구에 응했다고 봤다. 결국 시대요구와 국민들 요구에 맞춰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고 우리 사회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게 정치다. 보수정당도 절박한 심정으로 이준석 대표를 세웠다. 민주당이 먼저 했어야 했던 일 아닌가. 민주당만 느리게 기득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던 게 아닌가. 이제 우리당도 새로운 국민적 요구에 맞서 새로움이 등장해야 한다.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해서 국민 요구에 맞는 민주당의 모습을 제시하고 민주당의 가치를 보여줄 때 미래가 열린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시대변화는 무엇인가
△국민들이 민주당을 향해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한다. 그 내로남불의 기저에 나는 옳다라는 인식이 커 독선, 독주했던 것이다. 나는 절대 선이라서 단독으로 처리하면 된다. 나는 옳기 때문에라는 착각에 수단과 방법이 다소 편법이라도 할 수 있다는 식이었다. 절차와 과정이 조금 민주적 규범에서 어긋나더라도 불공정하더라도 밀어붙였다. 시대변화와 국민의 눈높이는 공정을 말하는데 우리는 민주화 세력이고 다른 쪽은 군부독재 후예라는 식, 우린 개혁이고 반대는 반개혁이라는 이분법으로 세상을 봤다.
△예를 들어 2020년 임대차3법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에선 임대인의 사유재산권이 침해된다고 반대했다. 민주당은 우리가 옳다는 식으로 집 없는 서민 임차인의 입장만 고려해 단독처리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임대인은 우리의 적인가. 임대인은 우리가 배제시켜야 될 사람들이 아니었다.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는 한편 임대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포용했다면 단독처리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정치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결국 강성팬덤에 끌려가다 보니 무리수를 뒀지 않나
△큰 책임은 지도자에게 있다. 팬덤도 다양하다. 결국은 팬덤 에너지를 긍정의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것은 정치인에게 달려있다.
△예를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팬덤의 효시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당선 후 청와대로 노사모 전국대표자를 불러 노사모는 보통명사 돼야 한다. 개인 노무현을 버리고 역사 속으로 들어가시라 하면서 노사모 해체를 강조했다. 긍정의 에너지가 분명 존재하는 팬덤을 세상을 갈라놓고, 싸우는데 쓰는 것은 정치지도자가 할일이 아니다.
-긍정의 에너지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나
△민주당식 국민청원을 제안한 것이다. 팬덤의 긍정적 에너지를 당의 발전으로 쓰자는 발상이다. 일정부분 당원들이 직접 하고픈 이야기와 의견은 조회수나 특정 기준을 만들어 충족하면 최고위에서 일주일 내 답을 주는 방식이다.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면 의총에서 논의해 내용을 공개하는 방식으로 팬덤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 소통 역시 강화될 수 있다. 다만 배타적 팬덤 대해선 선을 그을 것이다. 배타적 팬덤은 민주주의 적이다. 의원 개개인이 스스로가 결별을 선언하고 싸워야 한다.
-97그룹은 86그룹처럼 정치권에서 자기 목소리를 못냈다.
△큰 에너지가 모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간의 고민을 이제 청사진으로 발표하고 있다. 공천권을 내려놓는 것도 민주주의다. 만약 당대표에 권력을 더 집중시키려 한다면 시대역행이다. 민주주의적 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권위주의적 리더십이다.
-박지현 전 위원장도 민주당이 품지 못하면서 청년정치를 말한다는 지적도 있다.
△젊은피가 도는 당으로 만들어야 한다. 당 혁신 방안에선 우리 당이 95년 지자체시대 열렸는데 지자치 시대가 30년 가까이 되면서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기초 광역, 단체장 등으로 활동하며 생활정치에서 모범을 만들어내고 있다.
△지역자치를 통해 실력 있는 생활정치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성공하는 분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의원풀이 형성 돼야 한다. 보좌진도 청년이 많다. 이들 역시 민주당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소명을 실현하고 있다. 그들 중에서도 실력자를 발탁해야 한다. 명망가 중심의 인재영입을 지양하고 지방자치에서 생활정치로 인정받은 분들과 검증된 분들. 청년 시절부터 당에 애정과 가치 노선에 동의해서 당에서 헌신하는 청년 보좌진, 당직자들과 쳥년위, 여성위 등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발탁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청년정치와 후배정치인의 육성은 해결될 수 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이 지적한 문제가 전혀 당과 맞지 않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혁신과제는 당연히 안고 가야 한다. 당에 애정 갖고 쓴 소리 하는 사람을 배제하는 뺄셈 정치는 안된다. 친명도 넘고 친문도 넘고 586도 넘고 계파싸움이라는 낡은 세계관을 뛰어넘고, 박지현과 김해영 등 쓴소리도 포용하는 덧셈정치 정당이 될 것이다.
-97그룹간 단일화하나
△예비경선(컷오프) 이후에 단일화는 절대다수 의원들의 간절한 소망일 것이다. 전대를 통해서 무책임한 정치가 계속돼선 안 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당 역사에 기록되는 전대가 되길 원할 것이다. 단일화는 피할 수 없다. 피할 수 없는 단일화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
-강병원의 정치는 무엇인가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서 다윗이 승리한다는 것을 증명했던 사람이다. 초선 때 MB정부 2인자 5선 이재오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은 정치신인 강병원이 이기고 민주당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 입성했다. 서울대 총학 시절엔 이념 중심 학생운동이 아니라 학생들의 삶과 학생들의 이해를 책임지는 새로운 학생운동 깃발을 들고 혁신하고 통합을 실천했던 총학회장이었다. 국회에서 활동도 항상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서 소통하는 ‘바닥대변인’(기자들과 같이 복도 바닥에 앉아 브리핑)으로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고자 노력했다. 입법 성과도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할 권리를 더 키우기 위한 입법. 예를들어 미세먼지특별법, 폭스바겐재발방지법, 대체공휴일확대법, 식품소비기한표시법을 발의해 국민들 삶에 밀접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 왔다. 즉 생활정치를 실천했던 국회의원이었다.
△생활정치를 실천한 새 인물인 강병원이 민주당에 있는 낡음을 대체하고 혁신과 통합을 꼭 이뤄낼 수 있다.
-당원과 국민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은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취임 겨우 두달 만에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국정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 대한민국을 위해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이라도 인사전횡과 검찰왕국을 반성하고 윤 대통령이 민생과 국민 삶에 대해 너무 가볍게 언급했던 방식을 빨리 벗어나야 된다. '대통령 처음 해보니, 국민 지지율 연연 않는다. 전임정부 탓'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하면 안된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민생 위해 함께 하자면 야당 대표로서 기꺼이 손 잡겠다. 복합경제위기는 세계사적으로 겪는 어려움이지 문재인 정부 탓도 아니고 윤석열 정부 탓도 아니다. 민생의 위기 앞에 국민의 삶을 챙기는 일에 함께 손을 잡겠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는 수십 년에 거쳐 수많은 사람들 피와 눈물로 여기까지 왔다. 우리가 이룬 민주주의가 후퇴해선 안된다. 법무장관 소속으로 인사정보관리단 만들고 행안부 장관 아래 경찰국 신설하며 우리가 이룬 법치와 민주주의가 깨지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이 시정되지 않고 법령의 범위를 벗어나 시행령으로 위법하는 행위가 계속된다면 당대표로서 행안부장관과 법무장관 대한 해임건의안까지 추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