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주간 정치권 이슈의 축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대규모 투자 유치 확약 등 주목도를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온라인상의 관심은 사면초가에 처한 나 전 의원에 쏠렸다.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민심 동향을 살펴 3·8 전당대회 출마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방침이다. 당권 주자들은 물론 당내 분열상을 다시 노출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설 연휴 여론 향방을 긴장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설 연휴 직전, 羅 검색량 55 > 尹 36…유튜브도 羅 우위
21일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1월 3주차(16~20일) 나 전 의원의 평균 검색량 지수는 55.5를 기록해 윤 대통령(36.0)보다 1.5배 가량 많았다.
1월 2주차(9일~15일) 평균 검색량 지수는 △윤 대통령 23.0 △나 전 의원 73.9, 1월 1주차(2~8일)는 △윤 대통령은 16.7 △나 전 의원 18.5를 기록했다. 네이버 데이터랩은 특정 기간의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잡고 기간 내 상대적인 검색량 흐름을 보여준다.
검색량 뿐 아니라 영상 컨텐츠 조회수도 나 전 의원이 압도했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인 썸트렌드에 따르면 1월 2~3주차(9~20일) 유튜브에서 나 전 의원 관련 영상물의 조회수는 약 5673만 회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윤 대통령 관련 영상물 조회수는 약 4723만 회를 기록했다.
나 전 의원의 역전은 1월 6일을 기점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실이 회견을 열고 나 전 의원의 헝가리식(출산시 대출 탕감) 출산 대책 제안에 대해 “정부 기조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공개 반박한 날이다.
여권 중진급 인사와 대통령실이 대립각을 세우는 이례적 사태에 여론의 시선이 집중됐다. 윤 대통령은 순방효과 극대화를 위해 출국 직전(13일)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해임켰지만, 나 전 의원이 측근의 입을 통해 출마 의사를 내비치고 김대기 비서실장의 실명 비판, 여당 초선 50명의 규탄문이 연달아 나오면서 나 전 의원은 정치권 이슈를 장악했다.
與 당권주자 SNS 언급량…나경원>안철수·김기현
1월 3주차(16~20일)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의 SNS 언급량은 나 전 의원, 안철수 의원, 김기현 의원 순서로 많았다. 썸트렌드에 따르면 1월 3주차 나 전 의원의 SNS 언급량은 총 9179 회로 집계됐다. 안 의원과 김 의원은 각각 3639회, 3602회로 엇비슷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새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의 지지율은 파죽지세로 40%를 돌파했지만, 나 전 의원이 1위 자리를 뺐기고 김 의원에게 10%포인트 차이로 추격 당했다. ‘대통령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다’ 등 쓴소리를 받으며 주목도가 제고된 것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은 배경으로 보인다.
羅, 공개사과로 민심 악화 제동…설 이후 거취 표명
명절 동안 전 지역, 세대가 뒤섞이면서 형성될 여론은 향후 국민의힘 전당대회 구도에도 큰 파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의 1위 굳히기, 안 의원의 추격전이 시작된 가운데 정치 이슈를 모두 빨아들인 나 전 의원을 향한 민심도 변곡점을 맞을지 관심이 쏠린다.
설 직후 거취 표명을 할 예정인 나 전 의원은 20일 윤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나 전 의원은 “저에 대한 해임 결정이 윤 대통령의 본의가 아닐 것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제 불찰”이라며 “관련된 논란으로 윤 대통령에게 누가 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연휴 직전 공개 사과를 한 배경에는 ‘반윤 주자’ 이미지 확산에 제동을 걸고 명절 기간 여론 추이를 파악해 최종 결단을 내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윤 대통령이 귀국한 만큼 나 전 의원은 여러 통로를 통해 윤 대통령과 접촉을 시도하며 관계 회복 방법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분에 착잡한 與…"羅 당선땐 이준석사태 재발" 우려도
설을 맞이하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석 달 만에 내홍의 그림자가 다시 아른거리면서다. 지난해 여름 이준석 사태로 당의 뿌리가 흔들렸지만 10월 6일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 측이 제기한 가처분을 모두 받아들이기 않기하면서 내분을 가까스로 수습했다.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부각되는 것도 부담이 큰 대목이다. 한 비윤계 의원은 대통령실의 최근 메시지와 관련해 “너무 이례적”이라며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도 나 전 의원의 불출마 뉘앙스가 있다고 안 느끼겠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도 “용산과 당은 적절한 긴장관계, 협력관계의 병존이 필요하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그런 쪽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만일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경우 친윤계와 비윤계와의 갈등은 전면전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선거 과정에서 계파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며 누가 당 대표로 당선되든 리더십을 한 곳으로 모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은 “당권 주자들이 입으로만 대통령을 외치고 있다”며 “당 대표는 당의 얼굴인데, 싸운 자화상이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되겠느냐. 내년 선거가 참으로 불안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만일 나 전 의원이 당 대표로 당선된다면 이준석 사태가 또 올 것”이라고 걱정하면서도 “나 전 의원은 당내 잔뼈가 굵은 인물이라 요직 중용 카드 등으로 수습을 잘 할 것”이라고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