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K팝(K-POP)’의 성지입니다. 고척돔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실내 콘서트장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주말마다 유명 아이돌들의 공연이 이어집니다. 고(故) 신해철이 처음으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낸 1988년 대학가요제가 열린 곳이기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게 2022년은 유독 올림픽·월드컵마냥 4년 만에 치러지는 대형 대면 이벤트가 많은 해입니다. 지난 6월에는 충남 예산에서 4년 만에 대면 연찬회를 가졌습니다. 그리고 내일(28일), 4년 만에 체조경기장에서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개최합니다. 민주당은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두 번(2016년·2018년)의 대면 전당대회를 모두 이곳에서 치렀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선출된 당 대표에게는 좋은 징크스가 이어졌습니다.
2016년 추미애, 2018년 이해찬…주인공은 문재인?
정당에게 전당대회는 ‘축제’입니다. 대통령 후보나 차기 지도부 등 정당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을 뽑기 위해 치러지는 행사이기 때문입니다. 6년 전과 4년 전의 민주당 전당대회 현장을 복기해보면 전국에서 모인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이 본인들이 지지하는 당 대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응원과 환호를 보내는, 그야말로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비록 올해는 코로나19 재유행 여파로 예년과 같은 대형 응원전은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민주당이 전당대회 현장 참여 인원수를 3000명으로 축소했기 때문입니다.
시계를 6년 전, 2016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당 대표 후보는 당의 혁신과 인재영입을 담당했던 김상곤 전 교육감과 비문(非文)계를 대표했던 이종걸 의원, 그리고 친문(親文)을 등에 업은 ‘추다르크’ 추미애 의원이었습니다. 여론은 문 전 대표와 손잡은 추 의원의 당선을 예측했고, 추 의원은 54.03%라는 높은 득표율로 무난하게 당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2018년 전당대회에선 ‘컷오프 통과’ 이변을 연출한 송영길 의원과 문재인 정부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진표 의원, 당대 최다선이자 ‘친노·친문 좌장’인 이해찬 의원이 맞붙었습니다. 이번에도 친문을 대표하는 이 의원이 42.88%의 득표율로 당권을 차지했습니다.
두 번의 전당대회 모두 이른바 ‘문재인 파워’가 당권을 결정지었습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의 인기는 지금의 ‘어대명’ 못지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전당대회 현장의 데시벨이 가장 높았던 순간도 문 전 대통령이 나타날 때였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6년 전대에는 현장에서, 그리고 대통령 신분이었던 2018년 전대에는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당 대표 임기 모두 채운 추미애·이해찬…이번에도 가능할까
앞서 설명드린 대로 체조경기장에서 선출된 민주당 대표에게는 좋은 징크스가 있습니다. 바로 당 대표 임기를 모두 채우고 물러나는 영예로운 징크스입니다. 사실 당 대표는 책임질 게 많은 자리입니다. 특히 선거를 진두지휘해야하는 자리인 만큼 선거 결과에 많은 책임을 지게 됩니다. 물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사례처럼 다른 요인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정치사에는 유독 비대위 체제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고 민주당계 정당 역사상 최초로 당 대표 임기를 마친 이가 추미애 대표였습니다. 추 대표의 뒤를 이어 당권을 잡은 이해찬 대표도 임기를 모두 채웠습니다. 두 대표 모두 성과가 좋았습니다. 추 대표는 탄핵과 대선, 지선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역사상 전무후무한 ‘180석’ 총선 승리를 만들었습니다.
반면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체조경기장이 아닌 비대면으로 치러진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당 대표는 다양한 이유로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이낙연 대표는 대선 출마를 위해 자진 사퇴했고, 송영길 대표도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자연스럽게 이번에 4년 만에 체조경기장에서 선출되는 차기 당 대표의 운명에 관심이 쏠립니다.
선명 야당·당내 화합 ‘두 마리 토끼’ 잡아야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이재명·박용진 후보가 차기 당 대표에 도전합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전국 순회경선과 동시에 권리당원 투표결과가 공개되면서 이미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온 상태입니다. 물론 최고위원 경선은 대의원·단일화 변수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는 5년 만에 야당이 된 민주당을 이끌어야 합니다. 차기 당 대표에게 주어진 상황만은 그리 나쁘지 않은 모습입니다. 취임 100일밖에 되지 않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30%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여기에 여전히 169석의 국회 다수 의석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야성(野性)을 선명하게 드러낸다면 어렵지 않게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당 내부로 시선을 돌리면 대선과 지선, 전대를 거치면서 깊어진 계파 간 갈등을 수습해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국회의원과 당직자들은 ‘분당(分黨)’ 사태로 이어졌던 2015년 말에 비하면 지금의 계파 갈등은 갈등도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차기 당 대표가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어떻게 선보이냐에 따라 충분히 봉합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제 남은 변수는 당 대표 본인입니다. 정치권에선 현재 당선이 유력하다고 지목받는 후보가 본인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돌파와 ‘강성 팬덤’과의 적당한 거리두기가 차기 지도부의 성파를 가를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지난 26일 가진 퇴임 기자회견에서 차기 당 대표에게 ‘소통’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우 위원장은 “작은 이견이 큰 갈등으로 빚어지는 건 결국 소통 부재 때문”이라며 “다음 당 대표는 비주류와의 소통이 최우선이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지도부 내 소통, 지도부에 포함 안 된 그룹과의 다양한 소통 방식을 활용해 당내 단합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차기 당 대표가 취임 일성에서 이와 같은 기대를 충족함과 동시에 각종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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