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정국 온라인 민심은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모아졌다. 여야가 명절 밥상에 ‘이재명 대표 의혹’ ‘윤석열 정부 실정’ 등 서로의 허물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여론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판세, 여권 분열상의 분기점이 될 나 전 의원에게 초점을 맞췄다. 나 전 의원은 침묵을 깨고 25일 당권 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24일 네이버에 따르면 설 연휴가 시작된 20일부터 23일까지 나흘간 나 전 의원의 평균 검색량 지수는 61을 기록해 윤석열 대통령(43)의 1.5배에 육박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은 각각 29와 17이었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5를 기록했다. 검색량 지수는 특정 기간 내 최대 검색량을 100으로 잡고 기간 내 상대적인 검색량 추이를 보여준다.
또 다른 온라인 포털 사이트인 다음의 결과도 유사했다. 해당 기간 다음의 검색량 지수는 나 전 의원(62)이 윤 대통령(30)을 2배 이상 앞섰으며 이어 △이 대표(28) △김 의원(20) △안 의원(17) 순으로 많았다.
연휴에도 당권 주자들은 표심 몰이를 위한 발걸음을 분주하게 놀리면서 전당대회를 명절 화두로 세웠다. 김 의원은 2030 및 여성층 공략을 위해 유기견 봉사 활동에 나섰고 안 의원은 “대통령의 외교를 평가하는 기준은 국익”이라면서 ‘이란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둔하며 전통 보수층에 구애했다.
반면 나 전 의원은 잠행을 이어갔다. 나 전 의원의 거취와 관련한 결단이 전당대회 판세의 최대 변수로 부상했음에도 침묵을 지킨 것이 되레 대중의 관심을 자극했다. 또한 대통령실·친윤계와의 긴장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 명절 시작과 함께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한 점도 이목이 쏠린 배경이다.
이 같은 여론 동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확인됐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썸트렌드에 따르면 연휴 기간 나 전 의원의 SNS 주요 연관어에는 △출마 △윤석열 △사과 등이 올랐다. 김 의원의 주요 연관어에는 △민방위 △민방위 훈련이 오른 것이 특징이었다. 22일 김 의원이 명절 직후 여성들의 기본 군사교육을 위해 ‘민방위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약속한 영향이다.
영상 콘텐츠 조회 수도 나 전 의원이 우위를 점했다. 20~23일 유튜브에서 나 전 의원 관련 영상물 누적 조회 수는 약 545만 회로 김 의원(204만 회)과 안 의원(143만 회)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나 전 의원은 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나 전 의원의 측근들은 “(설 연휴 전과) 출마 관련 의중 변화는 없다”며 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여권에서도 정치적 활로 모색을 위해 출사표를 던질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김기현·나경원·안철수 ‘3강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의원이 윤심을 등에 업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비윤계의 반발이 여론 지형에 변곡점을 몰고 올지 관심이 쏠린다.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사이에서는 김 의원에 대한 지지세가 확고하지만 공천과 무관한 대다수의 80만 당원층에서는 친윤계의 세몰이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새로 도입되는 결선투표제는 승부를 가를 대형 변수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하면 1·2위 후보가 다시 겨루는 제도로, 3파전으로 결선투표를 치를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나 전 의원은 결선투표에서 안 의원, 윤상현 의원과 ‘총선 수도권 승리’를 접점으로 뭉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당원들이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친윤 일색보다는 외연 확장에 강점이 있는 나 전 의원이 낫다’는 전략적 선택을 할 수 있다”며 혼전을 예상했다.
다만 막판 출마에 대한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나 전 의원은 당초 이날 서면 입장을 낼 예정이었지만 참모진 회의에서 불출마 요구 목소리도 강하게 나오면서 발표 시기를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4시간 가량 이어졌고 나 전 의원이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하고 회의를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나 전 의원은 귀갓길 서울 용산구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결심은 섰고 내일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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