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지침 '족쇄' 풀리는 현무 탄도탄...'저위력 핵무기' 버금갈까

[민병권의 군사이야기]

한미정상 지난 22일 미사일지침 철폐 합의해

탄두중량 제한 폐지 이어 사거리 규제도 풀려

현무-4보다 성능 높인 개량형·후속형 개발기대

MRBM,SLBM개발시 동·남해서 북중접경 견제

핵보복 유발 최소화하면서 '확전통제'효과 기대

중금속탄두로 내리꽂아 北지휘부 지하벙커 섬멸

정밀 정찰감시자산, 통합교전시스템 뒷받침돼야

현무-2 탄도미사일이 지난 2017년 11월 29일 새벽 동해안에서 실시된 지·해·공 미사일 합동 정밀타격훈련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제공=ADD




문재인·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42년 묵은 한미 미사일지침을 철폐하기로 합의하면서 우리의 안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사일지침이 폐지되면 우리의 안보전략에 맞는 미사일을 사거리·탄두제한 등의 성능제한 없이 개발할 수 있다. 당면 과제인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거리를 얼마나 늘리느냐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북중접경지역, 서해 등을 통한 중국 개입위험을 최소화하는 확전 통제 효과도 기대할 수도 있다.

42년간 얽혔던 한미 미사일지침의 역사

한미 미사일지침은 1979년 맺어졌다. 박정희 대통령이 북한에 열세인 재래식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개발을 추진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1978년 백곰 미사일(현재 명칭 ‘현무-1’)을 개발하자 미국이 동북아 군비경쟁을 우려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존 위컴 주한미군 사령관이 1979년 탄도미사일 개발 중단을 권고하는 서한을 우리 정부에 보냈고 노재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이에 서면 동의했다. 한미 미사일지침이란 바로 이 서면 동의를 의미한다. 정식 국가간 조약도 아니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공식문서 형태도 아니지만 한미동맹의 특수한 성격을 감안할 때 사실상 조약에 준하는 암묵적 규제처럼 돼 버렸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사거리 180km, 탄두중량 500kg을 초과하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가 미군의 나이키허큘리스 미사일을 넘겨 받아 이를 기반으로 개발한 최초의 국산 탄도미사일 '백곰'(현재 명칭 현무-1)의 모습


이후 김대중·이명박 대통령 시절 각각 한 차례씩 지침이 완화됐다. 김대중(DJ) 대통령 재임시절인 1998년 8월 북한이 사실상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대포동 1호’로켓을 발사하며 미사일위협을 늘려가자 이듬해 한미정상회담을 거쳐 우리나라가 제작하는 탄도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300km까지 허용하는 내용으로 지침이 개정됐다. 이명박(MB)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높아지자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지침의 2차 개정이 실현됐다. 사거리와 탄두중량 제한을 각각 최대 800km와 2t까지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최대 허용 탄두 중량은 사거리에 반비례 시키는 이른바 ‘트레이드 오프(trade-off)’방식이 적용됐다. 최대 사거리 800km 적용시엔 탄두중량을 기존대로 500km이하로 제한하되 사거리를 500km로 줄이면 중량제한은 1t, 사거리를 300km로 줄이면 탄두중량을 2t까지 늘리도록 허용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엔 해당 지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성과를 냈다. 우선 취임 첫해인 2017년 9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하자 한미정상은 이튿날 전화 통화를 통해 탄두중량 제한규제를 철폐하기로 합의(한미 미사일지침 3차 개정)했다. 이어서 2020년에는 4차 개정이 이뤄져 민간용 로켓의 경우 기존의 액체연료 뿐 아니라 고체연료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이 풀렸다. 그러나 군사용 로켓에 대한 고체연료 사용규제는 남아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한미가 이달 22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미사일지침를 종료하기로 의견을 모아 마지막 남았던 규제인 사거리 제한과 군사용 로켓에 대한 고체연료 적용제한 규제까지도 사라지게 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워싱턴=연합뉴스


점점 강해지는 현무 탄도미사일의 현주소

한미 미사일지침이 이처럼 단계적으로 완화·폐지되면서 우리 정부는 이에 기반해 성능을 높인 ‘현무’ 탄도미사일 시리즈들을 연이어 개발했다. 우선 2차 개정에 힘 입어 ‘현무-2’ 시리즈를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이중 현무-2A는 사거리 300km, 현무-2B는 사거리 500km, 현무-3B는 사거리 800km로 제작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현무-4 탄도미사일을 개발 중이다. 현무-4는 최대 사거리 800km일 경우 최대 2t의 탄두를 탑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사거리를 줄일 경우 탄두 중량을 최대 4t까지도 탑재하는 수준의 기술이 확보됐다는 풍문도 있다. 이는 지난 2017년 탄두중량 제한 철폐를 골자로 하는 3차 지침 개정에 근거해 개발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해당 탄두에는 무거운 중금속을 대거 탑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문재인-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침을 완전히 폐지하기로 합의해 사거리 제한마저 사라지게 됐으므로 향후 현무시리즈는 한층 더 위력과 사거리가 강화된 버전으로 개량되거나 신규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현무2 미사일 발사 장면/사진제공=ADD


현무-4의 탄두를 고폭탄과 같은 재리식 화약류보다는 중금속 위주로 탑재해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폭탄 등 일반 화약으로 2t을 채워봐야 폭발력이 핵무기에는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핵무기가 폭발시 분출하는 에너지는 동급 중량의 일반 화약(TNT기준)보다 약 4만배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기준으로 역산하면 2t의 탄두를 모두 고폭탄으로 채운다고 해도 파괴력은 50g 수준의 핵물질을 폭발시키는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고폭탄을 통한 폭발에너지보다는 중량과 가속도를 높인 운동에너지로 재래식 탄도미사일 현무시리즈의 파괴력을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중량의 중금속 현무-4 탄두를 최대 마하 10(음속의 10배) 정도의 속도로 지면에 내리꽂는다면 최대 1킬로톤(kt)의 위력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kt는 TNT를 1,000t가량 폭발시켰을 때 발생하는 위력이다. 재래식 탄도미사일의 파괴력이 1kt정도라면 미국이 근래에 개발을 가속화해 일부 실전배치한 ‘저위력핵무기’에 버금가는 수준이 된다. 저위력핵무기란 파괴력 5kt이하의 핵무기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미군이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탄의 위력이 20kt정도며 이 정도 위력을 오늘날 ‘표준 핵무기’로 분류하는데 이보다 위력이 적은 것을 일반적으로 ‘전술핵무기’로 분류하고, 전술핵무기 중에서도 최대한 위력을 낮춰 민간인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군사·전략시설 등만 표적파괴하려 만든 것을 저위력핵무기로 간주한다.

위력은 核 못미치지만…유사시 활용 유용성은 더 좋아

물론 현무-4의 이론적 위력이 2t급 탄두 탑재시 1kt에 육박한다고 해도 실제 살상력이나 파괴력은 저위력핵무기에 크게 못 미칠 것이란 해석도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재래식 폭발무기는 에너지의 대부분을 폭발력으로 방출한다. 반면 핵무기(원자탄 기준)는 에너지의 약 50%가량만 폭발력으로 방출하고, 나머지는 열과 방사능 형태로 전달한다.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급인 20kt(킬로톤, 1kt=TNT 1,000t) 위력의 표준 핵무기가 터진다고 가정하면 폭발력만으로도 폭발직후 반경 약 수km내 인명이 살상되지만 이외에도 섭씨 수십만도에 이르는 거대한 화구가 발생하면서 생긴 충격파가 열폭풍 등의 형태로 반경 수km를 휨쓸고, 감마선을 비롯한 방사선도 퍼져나간다. 따라서 광역 파괴력에 있어선 어떤 재래식 탄도미사일 기술로도 핵무기에 비견될 순 없다는 게 과학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미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 II D5'가 지난 2018년 3월 2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떨어진 바다에서 운항 중인 'USS 네브라스카'를 통해 시험발사되고 있다. 이 미사일에는 저위력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다. /사진출처=국방부 홈페이지


그러나 현무-4와 이번 한미 미사일지침 폐지에 따라 후속으로 개발될 신규 현무시리즈(혹은 새로운 명칭)는 핵이 아닌 재래식 무기여서 오히려 실전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는 비교우위가 있다. 핵무기는 한번 쓰게 되면 상대방이나 상대방의 동맹국으로부터 핵보복 공격을 받게 된다. 따라서 핵 무기를 가졌다고 해도 실제로 전쟁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을 ‘공포의 균형’효과라고 부른다. 반면 재래식 무기는 상대방의 핵보복을 유발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런 만큼 유사시 우리 군은 ‘핵 확전’의 위험성을 최대한 통제하면서 보다 유연하게 북한 등에 대해 선제적, 혹은 대량응징차원에서 현무 시리즈를 쓸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현무-4는 지표 상으로 폭발력을 확산시키는 형태라기보다는 무거운 중금속 탄두로 지표 등을 뚫고 들어가 방어진지를 파괴(벙커버스터)하는 미사일로 알려져 있다. 그 관통 위력은 미군이 보유한 최대 위력의 벙커버스터인 GBU-57 대비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GBU-57가 견고한 강화콘크리트를 60m까지 뚫고 들어가는 성능을 내는 것을 감안해 역산하면 현무-4는 최대 120~180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도 관통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김정은 북한 정권의 지휘부가 만약에 전쟁을 도발하고 지하벙커에 깊숙이 숨어 있더라도 현무-4로 위치만 특정하면 정밀타격해 말살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형 탄도탄의 미래…바다 속에 열쇠있다

이번 한미 미사일지침 폐지로 우리나라의 탄도미사일 전력은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현무-4개량형이나 후속형이 개발된다면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1,000~3,000km급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군사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가 개발해 실전배치한 순항 미사일중 ‘현무-3B’와 ‘현무-3C’가 각각 1,000km와 1,500km를 사거리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MRBM중에서도 수중에서 쏘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형태로 개발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우리나라는 이미 SLBM 수중발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지상사출 시험을 단행했으며 2018년 진수식을 마치고 내년 실전배치될 국내 개발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에는 이미 SLBM을 탑재할 수 있는 수직발사대(VLS)가 장착돼 있다. 혹은 국방부가 앞으로 개발키로 한 최대 4,000t급 차기 잠수함에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산안창호함/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SLBM기반의 MRBM이 중요한 이유는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억지력을 확보하고, 유사시 중국 등의 한반도 군사 개입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익명을 요청한 전직 군 장성은 “이미 이명박 대통령 당시 한미 미사일지침 2차 개정해 800km의 사거리를 확보한 것으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지만 이는 지상에서 발사하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을 기준으로 할 때일 뿐”이라며 “북한이 전쟁을 도발할 경우 우리의 방공망과 더불어 전략미사일 시설 등을 1순위로 공격할 텐데 그렇게 되면 지대지 탄도탄만으로는 북한에 즉각 대량 보복응징을 가하는 능력이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북한의 1차 공격에서 살아남아 강력한 2격(보복공격)을 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역량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 보여줘야 도발의지를 원천차단할 수 있는데 수중에서 잠행했다가 SLBM으로 강력한 보복공격을 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갖추는 것이 그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지대지 미사일을 기준으로 한반도 중부전선에서 동심원을 그리면 기존의 500~800km사거리로도 북중접경지역까지 견제할 수 있지만 SLBM은 중부전선에서 한참 남쪽이나 동쪽으로 떨어진 동해나 남해해상에서 발사해야 하므로 기존 800km사거리로는 북중접경지 인근까지 은닉한 북한의 핵전략시설을 타격하거나 유사시 중국의 군사적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기 어렵다.

‘고슴도치’ 탄도탄 전략 뒷받침할 인프라들

다만 단순히 탄도미사일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것만으로 대북억지력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정밀타격을 위한 정찰·감시 인프라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미사일을 쏘려면 그에 앞서 위협이 되는 전략표적들의 위치와 동태를 정확히 탐지·식별·추적하고 미사일로 타격 후엔 제대로 명중했는지 피해규모를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 데 이런 감시·정찰 자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군이 독자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지난해 발사한 통신위성 '아나시스2호'의 이미지.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절충교역 대가로 받아 운용 중이다. 다만 우리 군은 아직 통신위성이 아닌 정찰위성을 독자적으로 갖추지 못했다. /국방TV 화면캡처


특히 우리 군 자체적인 아직 정찰위성은 전무하고, 고고도 및 중고도 항공정찰체계와 인적 정보자산(휴민트)도 더 확충해야 하기 때문에 미사일 성능 향상과 더불어 이를 뒷받침할 균형감 있는 예산배분, 정책추진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사시 육상과 지상, 공중, 우주에서 정찰 및 교정상황을 각각 탐지하고 타격을 실행할 군사자산과 이를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융합적 교전통제시스템이 한층 업그레이드돼 전시상황을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통합 인식하고 응전방향을 결심할 수 있어야 진정한 ‘고슴도치'방식의 탄도탄 전략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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