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담] 김어준 '뉴스공장', 文임기·대선 끝까지 방송하는가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김어준, 하차해야" 35만명 청와대 국민청원에

靑 "정부 개입 못해, 방송 독립·자유 보장" 답변

청취율 높지만, '편파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져

'1년 임기' 오세훈도 예산·인사권 마음대로 못해

차기 정부 때도 존속 가능성...대선 영향력 주목

김어준씨. /연합뉴스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인 김어준씨의 하차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정부가 개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김씨 방송의 정치적 편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김씨 자체를 하차시킬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것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TBS가 지난해 2월 별도 재단으로 독립하면서 인사권에 개입할 수는 없는 상태다. 만에 하나 보이지 않은 외압을 통해 방송을 폐지하거나 김씨를 하차시킬 경우 정반대의 편파 논란이 불거질 위험도 있다. 이에 따라 김씨 방송은 적어도 대선 정국과 현 정권 마지막, 이를 넘어 차기 정부 때에도 한동안 존속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씨가 차기 대선에서도 진보진영의 ‘킹 메이커’ 중 한 명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어준씨 하차 요구에 대한 청와대 답변. /자료제공=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靑 “김어준 하차, 정부 개입 못해...방송 자유·독립 보장”

청와대는 4·7 재보궐 선거 직후 김씨의 하차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대해 지난 4일 답변을 내놓았다. 방송법 상 방송사의 자유와 독립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특정 방송사 진행자의 하차에는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청원인께서는 특정 진행자 하차를 요구하셨다”며 “‘방송법’ 제4조는 방송사의 편성과 관련해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법률에 의하지 않은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방송사의 진행자 하차 등에 대해서 정부가 개입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다만 방송 진행자의 발언 등 방송프로그램의 내용이 방송의 공적 책임을 저해하거나 심의규정에 위배되는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대상이 된다”며 “시청자의 민원 접수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및 공적 책임 준수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심의를 통해 위반으로 판단 시 해당 방송프로그램에 법정제재(주의·경고 등)를 내리게 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평가 및 방송사 재허가 심사 시 이러한 사항이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 청원인은 지난 4월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통방송은 서울시의 교통 흐름을 전하는 방송인데, 김어준 진행자는 특정 정당만 지지하며 반대 정당이나 정당인은 대놓고 깎아 내리는 등 선거나 정치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며 김씨의 하차를 요구했다. 여기에는 35만 명 이상의 국민이 동의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최고 청취율에도 ‘편파 논란’ 계속…오세훈도 ‘노터치’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인 지난 2016년 9월26일부터 5년째 방송 중인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이다. TBS에 따르면 이 방송은 2018년부터 최근까지 서울·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 최근 청취율은 11~12%대에 달한다. 서울뿐 아니라 사실상 전국적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송은 출범 때부터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도 수차례 제재를 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재보선에서는 일명 ‘생태탕 논란’ 보도를 이어가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공격하는 보도가 이어져 편향성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주 청취층 자체가 여권 충성 지지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씨의 방송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오 시장 선거 압승 이후 더욱 힘이 실렸다. 오 시장은 선거 기간인 지난 3월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김어준씨가 계속 진행해도 좋다. 다만 교통 정보를 제공하시라”고 경고한 바 있다. 4월에는 TBS가 김씨와 그간 서면계약서 없이 구두로 계약해 고액 출연료를 지급한 것이 알려져 또 다른 논란이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1일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서면계약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내기도 했다.

TBS는 지난 1990년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로 개국한 뒤 지난해 2월 별도 재단인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로 독립한 방송이다. 예산의 70% 이상은 서울시 출연금에서 나오는데, 예산 편성권은 오 시장 쥐고 있다.

다만 예산안 심의·의결권을 가진 서울시의회의 93%는 여전히 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장 혼자만의 힘으로 TBS와 김씨를 압박할 구조는 아닌 것이다.

TBS가 별도 재단으로 독립한 만큼 오 시장이 인사권에 개입할 여지도 적다. ‘서울특별시 미디어재단 TBS 정관’에 따르면 임원은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자 중에서 시장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시장이 2명, 서울시의회가 3명, 재단 이사회가 2명을 각각 추천한다.

지난 4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TBS 앞에 걸려 있던 현수막이 날카로운 물건으로 찢긴 듯 훼손돼 있는 모습. 있다. 이 현수막은 한 단체가 지난 4월9일 내건 것으로 ‘TBS 교통방송 김어준을 서울시민의 이름으로 퇴출시킵시다’라는 내용이 적혔다. /독자 제공


차기 정부 이후에도 방송 계속 가능성…대선 영향력 주목

1년 남짓한 임기 특성 상 오 시장이 무리하게 김씨 방송에 압력을 넣을 가능성도 낮게 점쳐진다. 서울·부산시장 외에 행정부·입법부 권력은 전혀 바뀐 게 없는 상태에서 또 다른 불공정 논란만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중도층이나 반대 진영 국민들의 지적에도 최소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중앙과 지방 정부 권력이 모두 교체되고 새로운 정치 세력이 프로그램을 폐지할 마음을 먹더라도 각종 적법 절차를 고려하면 방송을 곧바로 멈추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재창출되거나 새 서울시장·시의원에 여권 후보가 집중적으로 당선될 경우에는 그보다 더 오래 방송을 할 수도 있다. 물론, 방송 청취율이 꾸준히 높게 유지되고 방송을 계속하겠다는 김씨의 의지가 계속 있을 때 얘기다.

편파 논란은 있지만, 김씨의 정치 성향 상 차기 대선 정국에서도 유력 여권 인사들에게 힘을 실어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당장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부터 그가 여권 승리를 위해 어떤 판을 제시하고, 청취자들에게 어떤 우회적 메시지를 던지는가도 진보 진영의 관심사다. 중도·보수 진영 후보들을 향해 그가 내놓을 의혹이나 공세 역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선판과 문재인 정부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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