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담] 文에 예의 없는 北미사일, '도발' 아닌 '자위' 맞는가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초조한 北, 中왕이 온 날까지 탄도미사일 발사

김정은 없이 열차에서 쏴...유엔 안보리 또 위반

SLBM 참관한 文 "미사일 증강이 도발 억지력"

김여정, 한밤에 대통령 실명 첫 거론하며 비난

9·19 3주년, 유엔총회 '평화메시지' 스텝 꼬여

美와 직접 협상 노리는 듯...바이든이 키 쥐어

2018년 9월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합의서를 들어 보이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 남북 통신연락선 재차단에 이어 잇딴 미사일 발사로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필 상대방을 겨냥한 적대행위·군사연습을 중단하기로 한 9·19 군사합의 3주년을 맞아 남북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국제 제재, 코로나19 국면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미국과의 협상판을 만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북 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을 맞아 유엔 총회에서 한반도 평화 메시지를 발산하려던 문 대통령 계획에도 일부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이 지난 15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화염을 내뿜으며 열차에서 발사되고 있다. 북한은 이 탄도미사일이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中왕이 온 날 탄도미사일 쏜 북한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5일 오후 북한이 중부 내륙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올 들어서면 다섯 번째였다.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시험 발사해 성공했다고 지난 13일 발표한 것을 기준으로 하면 고작 이틀만이었다. 앞서 북한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 1월22일과 3월21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바 있다. 같은 달 25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이번 미사일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공교롭게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청와대에서 접견한 직후였다. 또 문 대통령이 충남 태안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우리 군의 첫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잠수함 발사 시험을 참관하기 직전이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가장 민감한 시점에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이번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이 최근 개량 중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25일 동해로 발사한 기종과 동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강 단계에서 ‘풀업(활강·상승)’ 기동이 포착됐다는 게 그 이유다.

조선중앙통신은 다음 날인 16일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해 800km 계선의 표적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다”며 “조선 동해상 800㎞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 훈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불참한 가운데 정치국 상무위원인 박정천 당 비서가 지도했다. 철도기동미사일은 이동식미사일발사차량(TEL)이 아닌 열차에서 발사됐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는 해외 언론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AP와 AFP·블룸버그 등 외신들은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을 긴급 보도했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스가 총리는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언어도단(말로 나타낼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힌 상황)”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북한의 미사일과 관련해 “즉각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평가하면서도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이 지역에 끼칠 불안정한 영향을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다만 왕 부장은 이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환담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며 북한을 감싸는 듯한 발언을 했다. 왕 부장은 또 영미권 5개국 정보 동맹 ‘파이브아이스’를 가리켜 “시대에 뒤떨어진 냉전 시대의 산물”이라고 혹평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며 대북 제재 완화 논의의 필요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15일 도산안창호함에 탑재돼 수중에서 발사되고 있다. SLBM은 잠수함에서 은밀하게 운용할 수 있으므로 전략적 가치가 높은 전력으로 평가된다. 현재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개국만 운용하고 있는 무기체계다. /연합뉴스


文, SLBM 참관하고 “미사일 증강이 北도발 확실한 억지력”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서훈 국가안보실장, 서욱 국방부 장관, 원인철 합참 의장에게 북한 도발과 관련한 보고를 실시간으로 받았다. 매주 목요일 정례로 실시되던 NSC 상임위도 하루 당겨 이날 개최됐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 등 유관국들과 긴밀히 협의해나가기로 했다. 이번 북한 도발로 오는 19일 ‘9·19 평양공동선언’ 3주년과 21일(현지 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내놓을 대북 메시지가 일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문 대통령은 SLBM 잠수함 발사 시험을 참관한 뒤 “우리의 미사일 전력 발사 시험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것이 아니라 우리 자체적인 미사일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예정한 날짜에 이뤄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종류의 미사일 전력 발사 시험 성공을 통해 우리는 언제든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억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앞으로도 북한의 비대칭 전력에 맞서 압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미사일 전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해나가는 등 강력한 방위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정부·군 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다만 왕 부장과 만난 자리에서는 북한 미사일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이 조속히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근 한미 양국이 지속적으로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고 인도적 지원 등 다양한 대북 관여 방안을 협의하고 있지만 북한은 호응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앞으로도 왕 부장이 한중 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뒷받침해주는 큰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치며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하겠다”는 언급도 했다. 문 대통령은 “베이징 올림픽이 평창 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에 왕 부장은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적극적인 태도로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하루에도 역사적인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 김여정. /연합뉴스


김여정, 한밤에 文대통령 실명 거론하며 비난…통일부 “예의 지켜야”

북한 도발의 절정은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한반 담화에서 이뤄졌다. 김여정은 15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 전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기에 충분하다’라는 부적절한 실언을 했다”며 “한 개 국가의 대통령으로서는 우몽하기 짝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말할 때 통상 쓰던 ‘남조선 당국자’라는 표현 대신 문 대통령 실명을 쓴 것이다. 북한은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할 때도 미국 시간에 맞춰 내는 경우가 많다.

김여정은 “대통령이 기자들 따위나 함부로 쓰는 ‘도발’이라는 말을 망탕 따라 하고 있는데 대해 매우 큰 유감을 표시한다”며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문 대통령이 SLBM 시험 발사 참관 당시 “북한의 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지 고작 4시간여 만이었다. 김여정은 “대통령까지 나서서 헐뜯고 걸고 드는 데 가세한다면 부득이 맞대응 성격의 행동이 뒤따르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남관계는 여지없이 완전 파괴로 치닫게 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그것(남북관계 완전 파괴)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남조선이 억측하고 있는 대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하여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계획의 첫해 중점과제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남조선의 ‘국방중기계획’이나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기들의 유사 행동은 평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당한 행동이고 우리의 행동은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으로 묘사하는 비논리적이고 관습적인 우매한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며 장차 북남관계 발전을 놓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여정은 지난달 10일에도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그는 “나는 위임에 따라 이 글을 발표한다”며 담화 내용이 김정은의 뜻임을 강조했다. 같은 달 11일에는 김영철 노동당 통일선전부장이 담화를 내고 “잘못된 선택으로 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영철의 경고는 이달 잇딴 미사일 발사로 현실화됐다.

청와대는 김여정 담화를 두고 “특별히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북한이 우리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것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최소한의 존중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강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김여정 부부장 담화는 남북관계나 대미관계 등과 관련해서 여러 차례 나왔지만, 대통령 실명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발전을 진전시키는 가장 좋은 길은 대화와 협력”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스텝 꼬인 UN총회 평화 구상…바이든이 키 쥐어

북한의 잇딴 무력시위는 9·19 남북정상회담 3주년과 유엔총회를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해 보려는 문 대통령 구상에도 차질을 준 것으로 해석됐다. 당초 청와대는 19일과 21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평화 메시지를 발산하면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터 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영변 핵시설 재가동, 남북 통신연락선 재차단, 미사일 발사가 이어질수록 대화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는 인식에서다. 문 대통령은 19일부터 23일 까지 3박5일 일정으로 미국 뉴욕과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0일 기자들과 만나 ‘9·19 남북정상회담 3주년 때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정부는 다양한 계기를 통해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도 13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사실을 알리며 “특히 올해는 우리나라가 북한과 함께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문 대통령의 이번 유엔 총회 참석은 한반도 평화 진전 노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재확인한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 역시 1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30년 전 오늘 남북한은 유엔 동시가입을 통해 국제적 대화와 협력의 첫걸음을 뗐다”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노력에 유엔과 유엔 회원국 모두의 성원을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서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국제 사회에서 힘을 잃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와 국방부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한 목소리로 규탄했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 위반에 대한 비공개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사일 발사가 북한의 이웃 국가들과 다른 나라들에 위협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북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은 물론 중국까지 아랑곳하지 않고 군사 행동을 보인 만큼 결국 김정은이 원하는 대화 파트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이후 관심에서 멀어질 것을 걱정해 미국의 시선을 자신들에게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 개인 명의의 글을 싣고 “조미(북미) 대화의 교착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원인은 미국의 이중기준에 있다”며 “대화와 압박은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CNN과 미국의소리(VOA) 등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인공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지난 8월3일과 9월1일, 9월14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영변의 우라늄 농축시설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당분간 미국과 북한이 외교적 힘겨루기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9·19 3주년과 유엔총회를 계기로 그 사이에서 어떤 역할을 찾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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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치를 하는 정당입니다. 교수하고 학자하자는 게 아닌 만큼 철학에 대한 이야기는 조심해야 합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서울경제신문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내부 철학의 붕괴’라고 지적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의 비판에 “다른 당과의 교섭과 논의는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역할”이라며 이같이 반박했다. 이 대표는 재난지원금 합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데 대해 “당 대표로서 적극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소상공인 지원 강화와 전 국민 재난지원금 반대라는 두 당론만 유지하는 것은 결국 민주당 원안 통과를 지켜보자는 이야기와 동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난지원금을 준다, 안 준다는 논쟁을 길게 가져가면 당 전체에 부담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내 협의나 조율 없이 전격 합의했다는 비판에도 수긍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두 대표가 공감대를 이루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끝나자마자 원내지도부를 만나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협상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절차적으로 설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대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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