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맥] 절박해진 윤석열…마스크도 바꿨다

<3>새해 들어 달라진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3일, 5일 사진. 윤 후보는 5일부터 그간 써온 ‘새 부리’ 모양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를 쓰고 있다./권욱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5일 선거대책위원회 해체를 선언하면서 바꾼 물품이 하나 있다. 마스크다. 그는 그간 주로 ‘새 부리’ 모양의 마스크를 써왔다. 그런데 선대위 해산 날부터는 KF94 일반형 마스크를 쓴다.

작지만 상징적인 변화다. 앞서 참모들은 윤 후보에게 일반 마스크를 권했다고 한다. 새 부리 마스크는 인상이 강해 보인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윤 후보는 새부리 마스크를 계속 썼다. 상대적으로 마스크 안 공간이 넓어 숨쉬기에 편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랬던 윤 후보가 선대위 해체를 발표하는 날부터 일반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의 변화는 이뿐만이 아니다. ‘쩍벌’과 함께 고질적인 습관으로 거론되던 ‘도리도리’를 고쳤다.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표할 때는 물론 질의응답에서도 도리도리를 하지 않았다. 신년 기자회견 주제어는 변화와 진심·책임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선대위 신년인사회에서 구두를 벗고 큰절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


새해 들어 달라져


윤 후보 주변에서는 새해 들어 더 절박하고 치열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연말 전후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말실수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선대위 내홍이 계속되며 지지율은 끝없이 하락했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부터 달라져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는 분석이다. 윤 후보는 실제로 새해 첫 선대위 회의에서 깜짝 놀랄 행동을 했다. “저부터 바꾸겠다”고 하더니 구두를 벗고 큰절을 한 것. 윤 후보는 평소 “쇼는 하지 않는다”며 퍼포먼스를 멀리해왔다. 장예찬 선거대책본부 청년본부장은 “후보를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후보의 어떤 결단이나 마음의 변화가 그대로 드러난 큰절’이라며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큰절 뒤 비공개 회의에서 “내가 과거에 내렸던 판단들이 잘못됐던 것 같다. 바뀌어야 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회의에서 곽승용 청년보좌역 등 청년보좌역 3명이 젠더 문제 등에 대한 관점을 바꿔달라 발언한 직후였다. 후보가 공개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를 다짐한 것이다. 여성가족부에 대한 입장을 개편에서 폐지로 바꾸는 결정도 이 자리에서 내렸다.

선대위 해산하며 각오했나


윤 후보가 광야에 ‘혈혈단신’으로 나서는 선대위 해산 결정을 내리기까지 이틀을 숙고하는 동안 마음가짐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윤 후보가 마스크를 바꾼 것도 그 이후다. 다음날인 6일에는 여의도역을 찾아 지하철 인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윤 후보는 일정을 언론에 알리지 말고 참모들도 나오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시민들에게 더 깊숙이 들어가겠다는 자세였다. 윤 후보는 당일 30도 정도로 고개를 숙이다 90도까지 고개를 숙였다. 김은혜 공보단장은 “우리가 헤아릴 순 없지만 이틀 동안 굉장히 깊고 짙은 고민과 마주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청년들과의 소통이 더 급격한 변화의 ‘촉매제’가 되었다는 분석도 있다. 윤 후보는 6일 청년보좌역들을 만나 “후보의 곁에는 간신들, 아첨꾼들, 정치기생충들 같은 십상시가 가득하다”(한상현 청년보좌역) 등의 쓴소리를 담담하게 들었다. 윤 후보는 이 자리를 가진 뒤 흡족해하며 “청년들이 정말 똑똑하다. 뽑기를 잘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윤 후보는 페이스북 한 줄 메시지, ‘AI윤석열’ 답변, ‘59초 쇼츠 영상’ 등 새로운 선거 운동 방식을 전격 채택하고 실행했다. 김기흥 수석부대변인은 “후보는 그간 젊은 세대의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보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후보에 대해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진 그날이 특히 촉매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시민들을 향해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간결한 메시지, 정책·일정 조화


윤 후보의 변화는 구체적이다. 정책 메시지는 물론 백브리핑 답변도 짧고 간결해졌다. 정책과 일정의 연계성도 높아졌다. 12일 발표 예정이었던 디지털 산업혁명 공약을 전날 게임산업 발전 공약으로 바꾼 게 한 예다. 이는 당일 오후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 경기 관람 일정과 성격을 맞춘 것이다.

선거 조직도 변했다. 윤 후보는 최근 2030세대 실무자들의 의견을 직보 받고 ‘오케이’ 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전 선대위 체제에서는 층층이 쌓인 보고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고 ‘컷’ 당할 의견들이다. 또 청년보좌역 수십 명이 텔레그램방에서 낸 의견은 일일보고 형태로 후보에게 올라간다고 한다. 김 수석부대변인은 “청년들이 내놓는 정책이 그들의 문제를 넘어서 여러 현안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년 기자회견 때 단상에서 내려와 기자들 앞에 서서 질의응답을 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이전에는 단상에 그대로 서서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이는 기자들을 대하는 태도 변화라는 해석이다. 지난달 29일~31일 대구·경북 출장 당시 윤 후보와 기자들이 서로 감정이 상했다는 게 중론이다. 윤 후보는 현안 질의를 한다는 이유로, 기자들은 질답 갯수가 적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공무원은 평생 보안 속에 사는 반면 정치인은 언론을 통해 국민을 만난다”며 “정치인의 마인드로 언론을 대하고 언론을 통해서 국민들을 만나는 일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유권자들과 같이 호흡하고 동행하는 윤석열 후보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다”며 “후보의 최대 장점인 공정·정의·상식의 기본이 국민들에게 소구력 있게 다가가는 본 궤도에 우리 모두를 올려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대 지지율 폭등…전체 회복은 아직


윤 후보의 변화에 일단 20대가 지지율 폭등으로 반응하고 있다. YTN·리얼미터의 10~11일 조사에서 20대 지지율은 41.3%로 3주 전 보다 9.6% 올랐다. 다만 다른 연령대의 지지율은 그간 하락분을 만회하지 못했다. 전체 지지율은 40.1→39.2%로 정체한 이유다. 더군다나 지지율이 최고조였던 경선 승리 직후와 비교하면 전체 지지율은 7~8%가량 낮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후보가 더 처절하게 쇄신하고 더 낮은 자세로 국민들에게 다가가야 기존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 야권에서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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