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공무원 시험 과목 가운데 국어·영어가 2025년부터 암기 위주에서 현장 직무 중심으로 전면 개편된다. 민간기업 취업용 시험인 직무적성검사, 토익 등과 9급 공채 시험 간 호환성을 높여 취업을 준비 중인 수험생들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9급 공무원 시험이 민간기업 시험과 유사해지면 일반 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인재들이 9급 시험에도 도전함으로써 정부에 우수 인재가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인사혁신처는 9급 공무원을 선발하기 위한 국어·영어 필기시험의 출제 기조를 현행 지식 암기에서 직무 능력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20일 밝혔다. 국어 과목에서는 기본적인 국어 능력과 이해·추론·비판력과 같은 사고력을 검증한다.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지문 속 정보를 활용해 문제를 풀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기존 국어 시험은 외래어 표기나 합성어 구분 등 국어 문법을 암기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주로 출제됐다.
영어 과목 역시 실제 활용도가 낮은 어휘·어법보다는 지문의 목적을 묻는 등 암기를 덜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e메일·안내문 등 업무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소재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인사처는 “수험 준비 과정에서 쌓은 역량이나 지식이 실무에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국어·영어 신유형은 민간 채용 시험과의 호환성도 높였다. 인사처는 기업의 직무적성검사와 NCS 직업 기초 능력 평가, 대학수학능력시험, 텝스·토익 등 민간 어학 시험 등을 분석해 문제 유형을 마련했다. 새로운 출제 기조는 2025년부터 인사처가 출제하는 국가·지방직 9급 공무원 공채 시험 및 지역 인재 9급 시험에 적용된다.
정부의 출제 기조 전환은 하락하는 공무원 인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경쟁률은 22.8대1로 5년 전(41.0대1)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31년 만의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11월 인사처는 공무원임용시험령 개정안이 의결됐다며 2024년부터 7급 이상 공무원 응시 연령이 현행 2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낮아지고 일부 시험에서는 선택과목이 폐지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인호 인사처 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간 부문이나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공직 시험으로 유입되는 인력이 있을 것”이라며 “공직 지원 인력이 조금은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반등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한 수험생은 “직무와 관련이 없는 국어·영어가 바뀌어 다행인 것 같다”면서도 “어려운 NCS 시험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막막하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공무원 직군 기피가 심해진 것은 낮은 처우와 경직된 조직 문화 탓인데 출제 기조가 바뀐다 해서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수험생이 유입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이 차장도 “결국 공직에 대한 지원 인력의 문제는 공직 직업 자체의 매력도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공직 처우·문화나 근무 여건 등이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지원 인력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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