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의료 민영화 반대를 명분으로 장기간 발목을 잡았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에 대해 ‘긍정 검토’하기로 방향을 선회했다. 최근 정부가 서발법 적용 대상에서 ‘의료 보건 분야 적용을 제외해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을 수용해 민주당으로서는 더 이상 반대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0일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여야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에게 연내에 경제재정소위원회를 개최해 서발법 논의를 해줄 것을 요청했다. 서발법에서 ‘의료 보건 분야를 제외’하기로 한 만큼 서둘러 입법화해달라고 여야를 설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정부의 제안을 긍정 검토해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서 “이달 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나는 대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서발법은 서비스산업 전반을 지원할 법률적 토대 마련을 위한 핵심적인 법안이다. 의료·관광·콘텐츠산업을 선진국처럼 고부가가치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자금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으나 민주당 등 야권의 반대로 19대 국회에서부터 장시간 표류해왔다. 기재부는 내년도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서발법이 21대 국회에서마저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될 위기에 처하자 ‘보건의료 분야 적용’ 방침에서 한발 물러나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안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 의원안은 서발법에서 ‘보건의료 4법 적용 배제’ 조항을 둔 게 특징이다. 민주당 측은 기재부의 절충 입장에 대해 “가장 우려되는 (의료 보건 분야 적용에 관한) 부분이 해소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정부가 야당 의견을 일부 절충하면서 여당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개별 의원 차원에서는 ‘긍정 검토’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당론으로 이어질지가 불확실하다. 여당 정책위 관계자는 “국회 입법조사처가 공식적으로 ‘서발법과 의료 민영화는 무관하다’는 법리 검토 결과를 내놓았다”며 “민주당의 억지 논리, 기재부의 조급한 판단에 집권 여당이 12년간의 철학이 흔들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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