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여당의 전당대회에서 쟁점이라곤 ‘네가 대통령의 배신자’라는 것밖에 없습니다. 어떤 국정 기조로 민생과 경제 정책을 기획할 것인지 생산적인 고민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여당은 국정을 책임질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그 권력도 빨리 내려 놓아야 합니다.”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내놓았다. 조국혁신당은 오는 20일 사실상 연임을 확정 지은 조 전 대표의 단독 출마로 비교적 조용한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반면 같은 시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국민의힘은 4명의 후보가 서로를 향해 연일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조 전 대표는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이처럼 난타전의 양상으로 흐르는 것을 놓고 “과거 드라마 ‘여인천하’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인천하에선 주인공들 사이 궁중암투가 매우 치열하다”며 “총선 전만 해도 여당 내 보이지 않는 암투가 있었다면 지금은 대놓고 전쟁을 벌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8월 18일), 국민의힘(7월 23일), 조국혁신당(7월 20일) 등 원내 제 1~3당은 모두 전당대회 준비에 한창이다. 이중 조국혁신당의 전당대회가 가장 빠르지만 거대 양당 대비 흥행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전 대표는 “애초에 흥행이 전당대회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권 경쟁이 아닌, 조직 정비와 당헌·당규 개정이 이번 전당대회 목적”이라며 “내가 만든 당에서 선거를 주도한 만큼 앞으로의 당 운영도 직접 책임지기 위한 과정으로, ‘어대조(어차피 대표는 조국)’라는 평가는 의미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전 대표와 일문일답.
△창당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소회가 어떤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말린 신당 창당이 왜 성공했는지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검찰독재정권 종식이라는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민주당에 입당하라는 제안도 들었다. 하지만 여의도 문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12석이라는 성과와 그 이상의 의미를 얻을 수 있었다. 다만 비교섭단체의 설움도 톡톡히 느끼고 있다. 우리 당을 지지해 준 690만 명의 국민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거대 양당이 불합리한 국회법 개정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조국혁신당이 진보 진영에 미치는 영향력은.
=조국혁신당이 창당되지 않았다면 민주당 만으로 지금처럼 압도적인 범야권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총선 당시 ‘민주당이라는 성곽 바깥에 새로운 진지를 세우겠다’고 말했는데, 그 진지가 구축되지 않았나. 결국에는 조국혁신당이 범민주 진영의 승리를 가져와 민주당에도 좋은 결과를 낳았다. 앞으로도 서로 차별점을 두며 각자의 길을 가는 것이 조국혁신당과 민주당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 총선 이후에는 당 지지율이 1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원인이 무엇이고, 극복 방안이 있을까.
=지지율이 다소 정체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 예상했던 것이다. 선거라는 큰 이벤트에서는 우리가 주목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선거가 끝나면 국회는 거대 양당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조직을 정비하고 나면 우리의 정책과 어젠다를 더 적극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여론조사 결과에 조급해 하지 않고 길게 보고 갈 것이다. 대중정당으로 굳건히 뿌리 내릴 수 있도록 앞장서 책임지고 이끌겠다.
△전당대회 후 ‘2기 지도부’가 출범한다. 1기 지도부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1기 지도부는 ‘선거용’ 체제로, 최고위원이라고는 당 대표인 나와 황운하 원내대표밖에 없었다. 황 원내대표가 유일한 재선 의원이기 때문에 원내·외를 아우르는 역할을 훌륭히 해주었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은 대중정당으로 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전국 각 지역에 풀뿌리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원외 인사가 지도부에 들어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원내에 다소 국한돼 있던 소통 창구를 원외로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 지역별 네트워킹이 강화되면 검찰개혁에 집중돼 있던 정책과 비전도 사회권 선진국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 믿는다.
△앞서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재표결에서 부결되면 ‘윤석열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준비 상황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에는 수사 외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직접 관여 여부는 담고 있지 않다. 하지만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에 대한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상황이 완전히 바뀌지 않았나.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중 적어도 한 명은 이번 사안에 관여했을 것이라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야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문제가 생기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이 녹취록에 등장한 ‘VIP’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하는데, 장난도 아니고 국민의 기본 상식을 어떻게 보는 건가 싶다. 윤석열 특검은 이미 준비가 돼 있고 채상병 특검법이 부결되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발의할 예정이다. 민주당도 비슷한 법안을 낸다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대안으로 정리될 것 같다.
△대법원 판결이라는 변수가 남았다. 어떤 자세로 기다리고 있으며 판결 이후 당 차원의 계획이 있나.
=대법원 판결이 언제, 어떻게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항상 현재에 집중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뿐이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면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 최종 판결이 어떻게 날지 모르는데 이후 계획을 벌써 얘기하는 건 너무 성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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