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짱’ 자폭드론…5만달러 드론, 4000만달러 무기고 초토화 [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우크라戰서 자폭드론 위력 검증돼 각광

500달러 드론 수백만달러 미사일 파괴

싼 가격에도 공격 성과 커 가성비 ‘최고’

우크라이나 자폭드론이 트베리 지역 토로페츠에 있는 러시아 미사일 무기고를 공격해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모습. 사진 제공=엑스(옛 트위터)


최근 우크라이나가 자폭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북서부 트베리 지역의 미사일 무기고를 공격해 대규모 폭발과 화재가 발생해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외신 소식이 화제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국방정보국(GUR), 특수작전군(SSO)과 공동 작전을 통해 자폭드론으로 트베리 지역 토로페츠에 있는 러시아 미사일 무기고를 공격했다. 이 공격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무기고에 있던 러시아의 최신 기종 미사일 S-300, S-400, 이스칸데르 미사일, 토치카-U 미사일 등과 포병 탄약, 활강 폭탄 등이 폭발하며 모두 파괴됐다고 전했다.

영국 BBC는 이번 공격으로 약 3000만 파운드(약 524억 원)의 가치가 있는 무기고가 일련의 폭발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재미있는 점은 우크라이나 군은 이 작전에 자폭(가미카제) 드론 100여 대를 투입했다. 일명 ‘FPV(First Person View·1인칭 시점) 자폭드론’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FPV 드론은 원격제어를 통해 최첨단 유도무기 못지않은 정밀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러시아군의 주요 방공자산과 전차, 장갑차 등의 타격은 물론 일반 보병까지 공격하면서 러시아군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 대비 공격 성과가 높다는 점에서 가성비 최고의 무기로 등장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 군의 부족한 첨단 유도무기를 대체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 잡았다. 대당 가격은 300∼500달러(약 40만 원~66만 원) 내외다.

폴란드 자폭드론 ‘워메이트’. 사진 제공=WB그룹


러시아 무기고 공격에 총 6560만 원이 투입된 100여 대의 자폭드론으로 798배나 비싼 러시아의 첨단 무기들을 초토화 시킨 셈이다. 우크라이나 자폭드론이 가성비 측면에서 러시아에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자폭 드론이 전쟁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급은 아니더라도 이미 전장에서 대체 불가능한 독보적 존재로 떠오르자 크루즈 미사일 등 정밀 유도무기와 극심한 포탄 부족에 허덕이던 러시아 역시 대체 무기로 자폭드론을 속속 도입해 전장에서 쓰고 있다.

러시아는 정확도와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란셋’'(Lancet) 드론으로 우크라이나군 지상 병력을 공격하고 있다. 여기에 이란제 자폭드론 ‘샤헤드-131’과 ‘샤헤드-136’을 병행 이용하며 우크라이나 전역의 기반 시설을 타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자폭 드론 ‘란셋’은 대당 가격이 3만 5000달러(4590만 원)에 달한다. 이란제 샤헤드-136의 대당 가격은 2만 달러(2620만 원) 수준으로 러시아 크루즈 미사일 가격의 50분의 1(약 1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러시아는 최근 이란에 샤헤드-136 드론 2400여 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운용하는 란셋과 샤헤드-136 드론은 우크라이나의 FPV 드론과 비교하면 각각 70배, 40배나 가격이 비싸다. 우크라이나가 운용하는 드론에 있어서도 러시아에 판정승을 거둔 셈이다.

물론 러시아 입장에선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보다는 비싼 자폭드론을 활용하고 있지만, 가격이 비싼 최첨단 미사일을 대체하면서 전장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즉 러시아 입장에서도 자폭드론은 뛰어난 가성비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속하는데 기여하는 ‘효자’인 셈이다.

폴란드 자폭드론 ‘워메이트’. 사진 제공=WB그룹


우크라이나의 자폭드론 성과가 알려지면서 자폭드론의 몸값이 높아지는 가운데 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인 폴란드 자폭드론을 도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지난 6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폴란드를 방문했을 당시 폴란드 정부가 자국산 무인기 구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폴란드 측은 정찰 등 여러 종류의 무인기를 우리 측에 보여줬다. 이 가운데 자폭공격용인 ‘워메이트’ 무인기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올 해 4월 러시아가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때 사용하는 이동식 레이더 기지를 우크라이나 군이 타격해 파괴하는 등 전과를 올리는 데 기여한 자폭드론이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도 최근 폴란드 군사매체 ‘디펜스24′와의 인터뷰에서 “글래디우스 (시스템), 플라이아이, 워메이트 등 드론과 관련해 폴란드와 협력할 큰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부인하지 않았다.

폴란드 WB일렉트로닉스社가 생산하는 드론은 정찰용인 플라이아이(소형), FT-5(중형)와 자폭용인 ‘워메이트’(Warmate)-1(소형)·5(중형), 내수용 BSP-U(중형) 등 모두 5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폴란드에게 자폭드론을 구매할 경우에 워메이트-1과 워메이트-5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워메이트-1은 전폭과 전장은 각각 1.6m, 1.1m로, 최고 속도는 시속 150㎞에 달한다. 최대 이륙 중량은 5.7㎏으로, 고폭탄·대전차고폭탄·열압력탄 등 다양한 종류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전차고폭탄은 십 수㎝의 강판도 관통하는 위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작전 반경은 30㎞로 영상 기반 종말유도를 통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워메이트-5는 BSP-U와 같이 실시간 임무통제가 가능한 중형 자폭드론이다. BSP-U는 폴란드 내수용이다. 수출용은 워메이트-5를 명칭으로 사용한다. BSP-U는 워메이트-5의 기능에 무인기간 통신 기능 등이 추가된 버전이다. 전폭과 전장은 각각 2.5m로 최고 시속은 200㎞에 달한다. 최대 100㎞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하고 있는 무인기 수량은 대략 8000대 안팎이다. 이 가운데 자폭형 무인기는 참수작전부대로 알려진 육군 특수임무여단에 배치된 이스라엘산 ‘로템-L’과 공군의 ‘하피’ 등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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