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나이퍼’ 보다 뛰어난 특급 저격수는…킬러 드론 조종하는 ‘드론조종사’[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손주 6명 할머니는 드론조종사로 입대

혼자 300명 사살한 우크라 드론조종사

우크라 군 편제에 드론 부대 통합 운용

로봇드론을 도입해 공격 성공률 80%↑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지난 10월 4일(현지 시간)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드래건 드론’의 러시아군 전차 공격 모습. 사진 제공=우크라이나 국방부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에서 많은 화제가 쏟아지는 있는 가운데 지난해 11월에는 6명의 손주를 둔 할머니가 보병 입대를 거부당하자 드론 조종사로 입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았다.

미국 IT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이름만 공개된 우크라이나 여성 나탈리아(54)는 공영방송 ‘서스필네 우크라이나’와의 인터뷰에서 “보병에 합류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투의 한 방법으로 드론조종사로 우크라이나 군대에 입대했다”고 소감을 밝혔다.할머니 드론조종사의 인터뷰는 소셜미디어 ‘틱톡’을 통해 공개됐다.

화력발전소 엔지니어로 일한 50대 중년 여성으로 3명의 자녀와 6명의 손주를 두고 있다. 그가 늦은 나이에 입대를 결심한 이유는 분명했다. 그는 “조국에 대한 사랑, 그리고 적들이 다시는 우리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그들을 파괴하려는 강한 열망이 있다”고 했다.

다만 나이 탓에 그는 보병으로 복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드론 조종에는 별다른 연령 제한이 없어 자연스럽게 드론조종사로 입대하게 된 것이다.

인터뷰 영상에는 그가 드론 조종 훈련을 받는 모습이 담겼다. 현재 나탈리아는 1인칭 시점(FPV) 공격 드론 조종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전투에 참하고 있으며, 자세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소식에 대해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인 안톤 게라쉬첸코는 “그의 의지는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조국을 잠재적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강한 결단력에서 비롯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빠른 판단과 예리한 눈, 민첩한 손가락 등을 통해 ‘일당백’ 역할을 해내고 있는 드론조종사의 활약을 외신을 통해 자주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한 대의 드론이 가격 수백억 원대의 전차들을 잇달아 파괴하면서 ‘게임 체인저’로 등장하면서 드론조종사가 우크라이나군의 핵심 전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의 가장 치명적인 드론 조종사가 된 괴짜 게이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공중 드론 조종사는 현대 전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군인으로 지난 세기의 기관총 사수나 저격수와 마찬가지”라며 활약 중인 우크라이나 드론조종사들을 조명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군수 공장에선 민첩한 1인칭 시점 드론인 FPV가 1대당 약 500달러(약 70만원)에 매달 수만 대씩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드론 조종사들이 사용한 FPV 드론. 로이터연합뉴스


학창 시절 게임에만 몰두해 ‘괴짜’ 취급을 받았던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이 뛰어난 드론 조종 실력으로 전장에서 러시아군을 잡는 치명적인 저격수로 거듭나고 있다는 보도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의 젊은 드론조종사 올렉산드로 다크노(29)가 최근 9파운드(약 4㎏)짜리 폭탄을 실은 FPV(1인칭 시점) 드론을 날려 러시아군을 소탕하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이 같은 전공은 전쟁 내내 이뤄져 다크노가 1년 반 동안 숨통을 끊은 러시아군은 300여명으로 추산되고, 이는 이라크전 때 미군 역사상 최고의 저격수로 불렸던 크리스 카일이 사살한 인원보다 두 배 많은 수치다.

다크노는 비디오 게임에 심취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게임만 하며 ‘괴짜’(nerd) 취급을 받던 그가 2년이 넘어가는 전쟁에서 특급 저격수로 거듭난 것이다. WSJ는 다크노의 경우처럼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이 섬세한 드론 조종 실력을 바탕으로 손쉽게 러시아군을 소탕하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영화에서 엘리트 군인을 묘사할 땐 강인해 보이는 마초적 이미지를 사용하지만 오늘날 실제로 전장에서 성과를 내는 건 전투에서 도저히 살아남지 못할 것 같은 ‘스크린 중독’의 연약한 젊은이들”이라며 “드론 조종에 필요한 건 빠른 생각, 예리한 눈, 민첩한 엄지손가락이다. 컴퓨터 게임과 연관된 능력들”이라고 했다.

드론조종사 공격성공률은 50% 미만


주목할 사실은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에는 다크노보다 적군을 더 많이 사살하는 성과를 낸 동료가 많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초로 드론 부대를 여단에 통합시켰다.

이런 부대 개편 덕분에 드론 부대원의 대다수는 군 복무 경험이 없는 20대로 상명하복과 같은 군대 문화는 알지 못하고 지키지도 않는다. 직접 전장에 투입되는 다른 부대원과 달리 상대적으로 먼 곳에서 일해 안전하기도 하다. 이들에게 장거리 살상은 실제 전쟁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비디오 게임처럼 여기며 뛰어난 전공을 올리고 있다고 WSJ은 짚었다.

이 때문에 드론을 맞닥뜨린 러시아군은 종종 죽은 척해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재채기를 하거나 눈을 깜빡이는 순간까지 포착해 잡아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더 많은 드론을 확보할 수는 있어도 숙련된 조종사 확보나 기술적 면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우위에 있다고 장담할 정도다.

다만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통적인 FPV(소형 저가 드론)를 이용한 공격비율은 감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의 전파방해 기술도 발전하고 다양한 대응 방식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재 우크라니아와 러시아 모두 최고 드론 조종사의 공격성공률이 50% 미만이며, 신병 조종사의 공격성공률은 10% 미만으로 알려졌다. 이에 양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AI 기반 로봇드론을 도입해 공격 성공률은 80%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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