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정말 내일 북한 가나…김정은, 노동당 간부학교에 레닌 초상화 설치

연이은 무기체계 점검에 이은 행보

외신서 푸틴 17일 방북설 제기하고

모스코바에서 평양이 꽤 먼 만큼

정부도 방중 직후 방북 가능성 배제 안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새로 완공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간부학교 건물 외벽에 소련의 초대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16일부터 이틀 간 중국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중 직후인 17일 전격 방북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새로 만든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건물 외벽에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사상가 카를 마르크스와 소련의 초대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초상화를 걸었다. 러시아와의 강력한 연대를 강조하려는 의도란 평가와 함께 푸틴의 평양 방문이 초읽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대 객원교수는 16일 공개된 자유아시아방송(RFA) 대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방중 직후인) 17~18일에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여러 무기 생산을 가속하는 것은 러시아와의 거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라며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며 동창리 위성 발사 시설을 시찰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 역시 지난 14일(현지시간) “푸틴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둔 김 위원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번 아시아 방문을 활용할지도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날 새벽 베이징에 도착한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다음 날인 17일 하얼빈을 방문할 예정이다. 중국 동북 3성에 있는 하얼빈은 북한과 지척이라는 점 역시 푸틴의 깜짝 북한 방문을 예측하는 근거다. 이번 방중은 푸틴 대통령 5기 취임 이후 첫 해외 방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6일 베이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연일 ‘방산 세일즈’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240㎜ 방사포 무기체계를 파악하고 유도 기능을 갖춘 방사포탄의 시험사격을 참관했으며, 11∼12일에는 제2경제위원회 산하 중요 국방공업기업소들을 현지지도하면서 방사포를 싣는 차량을 직접 시운전하고 새로 개발한 저격 무기를 직접 시험 사격했다. 14일에는 전술미사일 무기체계를 파악하는 자리를 만들고 제2경제위원회 산하 국방공업기업소들의 올해 상반년도 생산 실적에 커다란 만족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임박한 만큼 김 위원장이 직접 러시아에 제공할 무기를 점검하고 홍보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으로 진격하며 무기 수요가 크게 늘어난 상황인 만큼 북한제 무기를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이 새로 완공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조선노동당건설연구소 건물 외벽에 마르크스와 레닌의 초상화를 설치하며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임박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레닌은 러시아의 전신이자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 소련의 초대 지도자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15일 평양 백화원비행장 자리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당 중앙간부학교를 현지지도했다고 이날 보도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노동당 핵심 교육기관 중 하나인 당 중앙간부학교에 마르크스-레닌(ML)의 초상화를 설치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북한 당국이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강조하면서 김일성 광장에 있는 노동당사에서 이들의 초상화를 철거한 것과도 대비된다.

지난 3월 31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 건설 현장. 레닌과 마르크스의 초상화가 없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시 김정은 위원장이 “교양 구획에서 일부 결점과 불합리한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게다가 이 초상화는 앞서 지난 3월 31일에 공개한 영상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김 위원장이 “지난번에 지적한 문제들을 올바로 퇴치”했다며 만족을 표시했는데, 3월 현지지도에서 김 위원장이 “교양 구획에서 일부 결점과 불합리한 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는 조선중앙통신의 보도가 나왔던 만큼 레닌과 마르크스의 초상화가 가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 역시 푸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에서 평양까지 상당히 원거리인 점을 고려하면 북한 방문만을 위해 동아시아를 찾기는 어려워서 이번 방중 기회를 활용하려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푸틴 대통령이 처음으로 북한을 찾았던 2000년 7월에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일정을 활용해 방일 직전 평양을 방문한 바 있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푸틴 대통령이 중국 방문 직후 방북할 가능성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초청을 수락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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