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7조 원이 넘는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제기한 군사기밀 유출 관련 수사·처벌 요청 고발을 전격 취소하면서 양측 간 화해 모드가 조성되는 것과 달리 ‘갈등 2라운드’ 국면을 보이고 있어 방산당국의 조속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 입찰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했던 경찰 고발을 지난 22일 취소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방문해 고발 취소장도 제출했다.
한화오션은 고발 취소를 통해 양사 간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의 적기 전력화로 해양 안보 확보는 물론 해양 방산 수출 확대라는 국익을 위한 것이라 판단하고 전격적으로 고발 취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화오션이 고발 취소를 밝힌 다음날부터 양사 간 2라운드격인 새로운 갈등 전선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오션이 화해의 의사를 밝히며 통합을 도모하려는 의지와 달리 HD현대중공업이 본사의 행동을 폄하하고 호도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허위 내용으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대승적 결단에는 평소 절친으로 알려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친분이 큰 디딤돌이 돼 한화그룹 측이 고소 취소를 통해 HD현대그룹 측에 먼저 손을 내밀면서 양사 간 화해 모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으로 있다”며 “그러나 양사 간 화합의 분위기가 완전하게 해소된 것이 아니라 방사청이 KDDX 입찰 방식에 대해 서둘러 결정하지 않는다면 언제든 다시 갈등을 초래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7조 80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사업은 2030년까지 해군의 6000t급 차기 이지스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양사는 초도함 수주를 놓고 소송전과 경찰 고발 등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7월 예정이었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은 기약 없이 미뤄진 상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양사 간 ‘갈등 2라운드’ 국면에 들어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한화오션은 경찰 수사가 무혐의로 나올 것으로 보고 사전 조치를 취한 것으로, 이는 진정성이 결여된 행동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한화오션이 잘못을 인정한다면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한 방산업체 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HD현대중공업은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법원 유죄로 입증된 바와 같이 HD현대중공업의 불법적 행위는 이미 드러난 바 있음에도 국익을 고려해 대승적 화해 손짓에 HD현대중공업이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맞서고 있어 양측이 여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분위기다.
다음으로 평소 절친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의 친분 덕분에 사전 교감을 통해 양사 간 공동 이익 모색과 국익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결정한 고소 취소를 HD현대중공업이 평가절하하고 있다며 한화오션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HD현대중공업은 경찰의 수사결과가 조만간 ‘혐의없음’으로 결론날 것으로 미리 파악하고 대외적 보여주기식 진정성 없는 고발 취소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오히려 경찰이 HD현대중공업의 압수수색은 물론 관련자 소환까지 고려하는 상황으로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질 단계임에도 양사의 화합 차원에서 고발을 취하한 것인데 선의의 결정을 깎아내리는 행태를 보인다며 성토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5월 HD현대중공업 소속 직원들이 한화오션 임직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소한 것을 취소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다소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으로 화해 모드 분위기가 깨지지 않게 진정성을 보이는 차원에서 역시 대승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KDDX 사업의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법원 유죄를 통해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의 불법 행위는 입증된 바 있는데, 문제는 방사청이 회사 차원의 조직적 개입이 아닌 일부 직원의 불법 행위라는 애매한 판단을 통해 HD현대중공업의 KDDX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지 않기로 의결하면서 양측 간 갈등이 심화됐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국 조선업에 대한 러브콜를 보내는 상황에서 책임기관인 방사청은 서둘러 양사 간 화해를 모색하고 합리적 법적 근거를 토대로 입찰 방식을 확정함으로써 커지고 있는 글로벌 군함 수주 시장에서 양사 간 협업할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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